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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1달차 느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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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1~2주차까지는 밥도 제대로 안먹고 그냥 하루종일 누워서 울다가 서서히 일상을 회복했어요
그이후로는 죄책감, 자괴감, 분노, 원망, 슬픔
잘웃고 잘먹고 잘지내다가도 저 5개 감정이 갑자기 몰려와서 힘들고 무한반복 했네요

최근까지도 사귈때 그사람이 했던 잘못들이 너무 밉고 짜증나서 진짜 못됐다고 카톡까지 남겼었어요
잘못 되짚어주면 보통 화내기 마련인데
나쁘게 생각하려면 하라고 그냥 잘지내라 하더라고요
원망도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거라고..
이젠 진짜 끝이고 나한테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걸 느꼈어요

헤어진지 첫날부터 재회니 후폭풍이니 남자 마음이니 다 찾아봤는데 감정소비 시간낭비 희망고문만 심해지고 얻는 건 없더라고요
전남친이 회피형인가 싶어서 회피형 관련글도 많이 봤어요

그러다 오늘 처음으로 느낀게
제가 애정결핍과 자기애성 성격장애 경향이 조금씩 있는 것 같더라고요
상대를 온전히 바라보는게 아니라
상대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하고 혼자 상상하고
잘못을 저지르면 잘못한걸로 싸우면 되는데
나를 사랑하긴 하는거냐고, 사랑하면 그럴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마음속으로 항상 재고 따졌던 것 같아요
나부터가 내 가치를 제대로 모르니
남이 나를 사랑하는거에 자꾸 의문을 품게 되는 거래요..

사귀는 동안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같으면 너무 속상했어요
사랑주는 법도 모르면서 나는 엄청 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해줘도 내 뜻대로 받지못하면 서운해했어요
인터넷에서 말하는 갑을연애니 뭐니
항상 제가 을같고 상대가 갑같다고 생각했어요
겉으론 내가 더 표현 많이하고 더많이 서운해하니까..
갑을관계 따지는순간 저는 더 계산적이어지고 애정 갈구하고
불행의 무한굴레였어요

나 그자체 상대방 그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단
'상대한테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가 너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자긴 뭐가 좋고 싫다는 한마디에 저는 무조건 그사람의 이상형이 되어야만 했고
알게모르게 상대는 가스라이팅하는 나쁜 인간이 되어있고
저는 저를 잃어가는 이상한 연애를 하고있게 됐어요
그냥 딱 자존감 낮은 여자들의 연애 그 자체를 하고있었네요

자기애성 경향이 있으니 겉으로는 다들 자존감이 높아보인다고 하길래 제가 자존감 높은 줄 알았거든요
그게 아니라 자존감이 낮으니 그걸 포장하기 위해
잘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의무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상대의 말실수 하나에 크게 상처받고 무너져내렸고
상대는 제 상처받는 모습을 보기 싫었겠죠
본인만의 사랑 표현 방식이 있는데
제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에 지치기도 했을거예요
'나는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겠구나' 싶었을 거예요
회피형도 100프로 회피형이 아닌 이상
그사람이 나 만나면서 회피할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거예요

처음 헤어지고 난 뒤에도 이런쪽으로 자책하기 바빴어요
정확한거까진 모르겠고 그냥 내잘못이 큰거같고 얼른 고쳐서 그사람이 돌아와줬으면 좋겠고...

이걸 제대로 깨달은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요
마음아프게 헤어지지 않았으면 전 죽어도 제 결핍과 문제점을 몰랐을거고, 언젠가는 더 크게 상처받고 헤어졌을 거예요
제 결함을 깨닫는 과정에서 힘들어서 많이 울었지만
자기객관화를 통해 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어요
헤어지고 며칠만에 다시 재결합했으면 또 같은 이유로 헤어지는 연애를 반복했을 거예요

분명 어제까지 날 사랑한대놓고
냉정하게 마음 접은 상대를 원망하기 바빴는데
이젠 저를 더 알게 해준 그사람한테 고맙고 미안해요
그사람도 결핍이 많고 잘못을 자주 저지르는 사람이었는데
원랜 그사람 잘못 구구절절 적어놓고 욕하기 바빴겠지만
헤어짐엔 최소 50대50의 원인이 있다는걸 깨달았어요

아직 저는 겉으로만 저를 사랑하고 속으로는 위축돼있는 상태예요
이상태에서는 전남친과 재회해도 서로만 힘들 걸 알기에
이만 놓아줘야겠어요
한참을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장할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그뒤에는 전남친이든 누군가든 저한테 오면
안정적으로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참을 제 잘못을 나열해놔서 욕먹을까 무섭긴 하지만
이게 자존감 낮은 연애들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외로움에 못이겨 사귀기도 하고
갑을 따지고 누군 서운해하고 누군 지치는 연애를 하는데
당분간은 연애 쉬고 본인을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잠깐 아프더라도 더 질좋은 연애, 결혼을 하기 위해선 필수인 것 같네요
저는 오늘로써 전남친과의 막을 내려요
연이 닿으면 서로 성장한 상태에서 마주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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